최근에는 한국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외국인이 이렇게 흔하게 보이지 않았던 거 같은데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매일을 살아가는 이 지루한 도시에서 저 사람들이 무엇을 할지 궁금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이 지루한 도시에도 그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들이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는 그들이 매력을 느끼는 그 도시를 이루는 하나의 배경같은 존재인 것이다. 나 하나, 내 일자리 하나가 매력적이진 않을지라도 그런 매력적이지 않은 것들이 모여 누군가의 마음을 빼앗는 도시가 된다는 것이다.
서울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다시 도쿄로 돌아와,
이번 도쿄 여행에서는 그 하나하나의 요소에 집중해보고자 했다.
여행객의 시선에서 신기하고 매력적인 도시인 도쿄와, 그것을 이루고 있는 작은 요소들 하나하나에 귀기울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진을 찍어보았다.
누군가에겐 특별한 곳이지만, 누군가에겐 일상인 곳에서 그 일상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보고 싶었다.
직장인들
출퇴근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특별할 것 없는 행동 아닐까 생각한다. 하루 중 가장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시간이기도 하고, 실제로 뭔가 하기에는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많은 시간이다.
하지만 여행자의 시선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야경은 빌딩 안에서 땀흘리는 누군가에 의해 완성된다는 유명한 농담처럼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없는 도시를 여행한다면 꽤나 재미 없어질 것이다.
사회가 돌아가는 것은 각자의 위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 것처럼, 도시의 생기와 매력도 하나하나의 작은 행동에서 오는 것이다.
일본의 도시 전경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라고 한다면 바로 전철이다.
도시 곳곳을 누비는 전철은 한국과 다른 느낌을 줄 뿐 아니라 그 소리와 비주얼에서 도시가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한다.
게다가 그 전철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인파가 도쿄라는 도시의 규모를 실감하게 한다.
일본의 전철을 이용하다보면 역사가 오래된 만큼 시설들 역시 오래되었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것이 불편으로 다가오지 않는데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교차로라는 시부야역 교차로 바로 옆에서도 누군가는 그 도로를 고치고있다.
군중들
시부야역 8번 출구 앞 교차로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교차로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간다. 교차로 앞 스타벅스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는데, 시부야역 스타벅스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아래와 같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갈지 궁금할 따름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사람들 모두 하나쯤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초점을 맞추면 다른 사람들은 그저 흘러가는 무언가에 불과하게 된다. 우리가 일상을 살면 보통 그런 시선으로 살게 되는 것 같다. 내 앞에 멈춰서 관심을 가져주는 누군가가 아니라면 그냥 흘러가는 사람들 가운데 홀로 서 있는 사람일 뿐이다.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나도 그 사람에게 흘러가는 사람일 뿐이겠다.
시부야에는 카트 체험이 있는데, 이 카트를 타고 길을 돌아다니는 서양인들을 꽤나 자주 볼 수 있다.
여행객은 딱 저런 느낌 아닐까.
현지인들이 보기에는 그냥 흘러가는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여행객들은 그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고 자세히 보게 된다. 그냥 배경일지라도 뚜렷해지고 의미가 생긴다.
퇴근 후의 사람들
도시의 야경이 꼭 밤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밝혀지는 것은 아닐것이다. 그리고 그 빛을 끄는 사람도 반드시 존재한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다시 골목으로 들어가면 도시의 불이 꺼지기 전에 사람들의 일상을 잠시 들여다볼 수 있다.
퇴근길에 여럿이 모여 함께 이야기와 술을 나누는 모습은 우리 모습과 다를바 없다.
그리고 소중한 누군가와 거리를 걷는 모습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얼핏 보아 특별해보이는 일상들도 자세히보면 우리가 매일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저 사람들도 함께 있어 즐거운 사람,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과 같이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순간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 눈에 특별해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혼잡하던 거리에도 시간이 지나며 불이 하나둘 꺼진다.
그리고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 같던 가게들도 누군가 나와 문을 닫는다.
평소에 여행하며 크게 시선을 보내지 않는 골목의 모습이지만 이번에는 들여다 보았다.
문 닫힌 거리의 모습을 촬영하는 누군가가 있었다.
매일 보는 거리일지라도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있는 법이다.
여유로운 사람들
아무리 삭막하고 바쁜 도시라도 사람이 있다면 여유가 있는 법이다.
도쿄의 중심을 떠나 오다이바 해변공원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다이바 해변 공원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웨딩 촬영을 하는 사람, 바다를 구경하는 사람, 친구들과 운동하는 사람..
여행객이 아닌 현지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은 일하는 모습보다 보기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소설이나 영화에 긴장감만 있다면 그렇게 재밌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반대로 여유로움만 있는 이야기 역시 매력적이진 않을 것이다.
여행에서도 그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매력적인 여행임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특히 자연이 아닌 도시를 여행한다면 더더욱.
마치며
도쿄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오다이바 스타벅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부나 일을 하고 있었다. 나도 여행을 마치고 일상에 돌아왔을 때 서울에 놀러온 누군가에게 그렇게 여행지의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일상에 회의감이 들고 무력해질 때 나도 누군가의 매력적인 여행의 배경이 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내가 그 도시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떠올려보자. 그리고 우리나라에 여행 온 외국인처럼 일상을 즐겨보는 것도 괜찮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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